본문 바로가기
자주하는질문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 자전거는 뒤집어 놓으면 안되는가?

반응형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Hydraulic disc brake) 자전거는 거꾸로 뒤집으면 안되는가?


이 질문 역시 많이 반복되는 질문이다. 한동안 뜸하다가 근래 로드바이크에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가 보편화 되면서 다시 같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자전거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예스냐? 노냐? 딱 한마디로 답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질문도 그렇다. 누군가 나에게 거추장스러운 설명 빼고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아니다. 거꾸로 뒤집어 놓아도 된다.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이 뒤집어 놓으면 무조건 문제가 생긴다고 알고 있다. 이는 반정도는 맞고 반정도는 틀리기도 하다. 왜 그럴까?


자! 이제 좀 긴 설명이 이어지겠다. 자전거공작소의 오랜 독자라면 지루하더라도 이후 설명을 꼼꼼히 읽어서 잘못된 정보에서 벗어나고 부정확한 댓글에 현혹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먼저 [뒤집어 놓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시마노 매뉴얼이다. 이전에 발행된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 매뉴얼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 The disc brake is not designed to work when the bicycle is upside down. 

If the bicycle is turned upside down or on its side, the brake may not work 

correctly, and a serious accident could occur. Before riding the bicycle, 

be sure to operate the brake lever a few times to check that the brakes 

operate normally. If the brakes do not operate normally, stop using

the brakes and consult a dealer or an agency.


우리말로 옮겨보면…


[•디스크 브레이크는 자전거가 거꾸로 뒤집혀 있을 때 작동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만약 자전거가 거꾸로나 측면인 상태가 되면, 브레이크는 정확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 브레이크 레버를 몇번 작동하여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라. 만약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브레이크 사용을 중지하고 수입처나 판매처에 문의하라.]


최대한 원문의 문장 그대로 건조하게 옮겨 보았는데, 이 내용만 보면 확실히 자전거를 거꾸로 하거나 눕혀놓기만 해도 문제가 일어날 것만 같다. 허나 일천한 실력이지만 영어문장 자체만 봤을 때 애매한 구석이 있고 설명이 충분치 않다고 본다. 시마노 매뉴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용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전 내용이 시마노 자체적으로도 봐도 부족함을 느꼈는지 비교적 최근 매뉴얼에는 같은 항목의 내용이 아래와 같이 변경되었다. 척봐도 추가한 부분이 많다.


• When turning the bicycle upside down or on its side, the brake system may 

have some air bubbles inside the reservoir tank which are still there when 

the bleed screw is closed, or which accumulate in various parts of the brake 

system when it is used for long periods. 

This disc brake system is not designed to work with the bicycle upside down. 

If the bicycle is turned upside down or on its side, the air bubbles inside 

the reservoir tank may move in the direction of the calipers. If the bicycle is 

ridden in this condition, there is danger that the brakes may not operate and 

a serious accident may occur. If the bicycle has been turned upside down 

or on its side, be sure to operate the brake lever a few times to check that 

the brakes operate normally before riding the bicycle. If the brakes do not 

operate normally, adjust them according to the following procedure.


[•자전거가 뒤집히거나 측면으로 눕혔을 때 브레이크 시스템은 리저버 탱크 내부에 블리딩 나사가 잠길 때 남아있거나 오래 사용되었을 때 시스템 내부 여러 부분에 공기방울이 있을 수 있다. 이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은 자전거가 뒤집혀 있을 때 작동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만약 자전거가 뒤집히거나 측면인 상태가 되면 리저버 탱크 내부의 공기 방울들이 캘리퍼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자전거가 뒤집히거나 측면으로 눕혀진 적이 있다면 자전거를 타기 전에 브레이크 레버를 몇번 작동하여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래 절차에 따라 브레이크를 조정하라.]


비교적 근래에 발행된 문서의 내용에는 추가된 부분이 많고 원문 자체에 시제변화도 눈에 띈다. (그러함에도 여전히 부족한 구석이 있다고 본다.)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하는 단어는 공기방울이다. 공기방울이 오작동의 주요 원인이다. 일단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 작동원리를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그림은 없는 것 같다.

 

유압브레이크 작동원리


레버쪽 피스톤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브레이크 오일의 움직임… 발생한 유압이 피스톤에 전해져 패드가 로터를 마찰해 제동을 일으키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이 브레이크 시스템 내부에 공기방울이 생긴다면? 공기방울은 패드와 로터의 마찰로 인한 열에 의해서도 생기고 브레이크 오일의 특성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주변 지인들의 장비를 살펴보면 평지 위주로 과격하지 않게 브레이크를 사용한 것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방울의 생성은 있었다. 캘리퍼, 유관, 마스터 실린더 같은 시스템에 공기방울로 인한 공간이 생기면 당연히 브레이크 성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레버를 깊숙히 눌러야 제동이 된다든지, 제동이 되더라도 딱딱 끊기는 맛이 없고 밀리는 느낌이 생긴다든지…


너무 가혹한 제동환경에 노출되어 열로 인해 한번에 많이 발생한 공기방울들은 곧바로 캘리퍼에 빈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발생한 공기방울들은 시간이 흐르면 유관을 따라 브레이크의 상단 리저버 탱크쪽으로 몰리게 된다. 리저버 탱크에는 제품마다 구조가 다르지만 이런 상태를 대비해 격막이나 부레 형태로 여유 공간을 가지고 있다. 리저버 탱크는 이 기능 말고도 패드가 마모되면 그 공간 만큼 피스톤이 더 돌출되고 그에 대비한 여분의 오일을 비축하는 역할도 한다.

 

커버를 제거하면 격막형태의 고무캡이 있다.
고무캡을 제거한 후 레버질을 하면 생성된 공기방울을 확인할 수 있다.


시마노 매뉴얼의 설명은 이렇게 리저버에 몰려 있던 공기방울의 모임, 즉 빈공간이 자전거를 뒤집거나 눕혀놨을 때 혹시 캘리퍼로 이동하여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패드를 밀어서 제동을 일으켜야 하는 피스톤이 있는 공간이 공기로 비어 있어 압력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라면… 이 사실을 모르고 자전거를 출발시켜 첫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정상작동이 안된다면… 시마노가 염려하고 있는 것이 이것이다.


자! 중간 결론을 내리자. 이 문제의 원인제공자는 공기방울이다. 수시점검이나 관리가 잘되어 시스템 내부에 공기방울이 없거나 극히 미량이라면 자전거를 뒤집거나 엎어놓거나 뭘 어떻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 자전거관련 매뉴얼은 문제 발생 확률이 낮아도 나중에 사고 발생시 법률적 책임 문제를 고려해 방어적으로 기술되는 경향이 있다. 경험에 따르면 리저버 탱크 내부의 공기방울이 역류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드물다. 상태에 문제가 있는 브레이크의 경우 대부분 평소 라이딩시에 미리 라이더가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그러함에도 사람의 일이란 모르고 자전거 타는 모든 사람의 정비지식이 같을 수는 없다. 어쨌든 정도나 시간의 문제지 유압 브레이크에는 공기방울이 생길 수 있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전거를 눕히거나 뒤집어 놓을 수 있다. 공기방울이 있는 자전거를 장시간 뒤집어 놓은 경우 다시 라이딩을 시작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 자전거공작소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시마노가 매뉴얼에서 언급하기 전부터 대처요령에 관해 설명하였다. 사실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은 대처요령이 몸에 익어 있어서 이정도 문제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이왕 시마노 매뉴얼 원문으로 시작한 김에 마무리도 시마노 매뉴얼 원문으로 해보자. 시마노는 이렇게 대처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마노 유압브레이크 관련 딜러 매뉴얼의 일부


[브레이크 레버를 잡았을 때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면 브레이크 레버가 지면과 수평이 되게 조정을 하고 그런 다음 지긋하게 레버를 몇번 잡아라. 그리고 공기방울들이 리저버 탱크쪽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라. 그런 다음 리저버 탱크 커버를 열고 공기방울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미네랄 오일로 리저버 탱크를 채울 것을 추천한다. 여전히 브레이크가 밀린다면 브레이크 시스템 내부의 공기를 빼내라.(시마노 순정오일 보충과 블리딩 자료를 참고할 것.)]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다듬은 것 말고는 원문을 건조하게 옮겨보았는데… 다들 이해가 되는지? 시마노가 자전거 관련 부품은 몰라도 정비관련 매뉴얼은 가끔 이런 부실한 부분이 있다. 원문을 봐도 이해가 어렵고 그대로 따라하면 실패할 입문자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외곽으로 나간 상태에서는 리저버 탱크를 열기도, 요즘같이 블리딩에 깔때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매뉴얼 상의 방법이 적당치 않다.

 

요즘은 대부분 깔때기를 사용해야 공기방울 제거작업을 할 수 있다.
로드바이크도 같은 공구를 쓴다.


만약 평소 라이딩 시에는 이상을 못느끼다가, 자전거를 뒤집거나 측면으로 눕힌 다음 브레이크를 잡아보니 이상증상이 발생한 경우라면 아래와 같이 하면 된다.


1.자전거를 바로 세운다.(뒷브레이크 작업시에는 앞바퀴를 약간 높은 곳에 두는 것도 좋다.)


2.산악자전거라면 레버고정 볼트를 풀어 지면과 수평이 되게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로드바이크는 이 작업을 하지 않아도 무리가 없다.


3.레버를 지긋이 잡은 상태로 잠시 있다가 튕기듯이 놓는다. 이 작업을 수차례 해준 다음.


4.캘리퍼 몸체를 흠집이 가지 않는 물체로 가볍게 두드려준다. 케이블이 노출되어 있는 경우라면 케이블도 두드려준다.(공기방울의 이동을 배가하기 위한 작업)


5.유압이 올라올 때까지 3번 4번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경우 유압이 되돌아 오고 당일 라이딩에는 문제가 없다. 라이딩을 마친 후 정비가 가능한 장소로 복귀 한 다음 오일보충 작업을 해주면 된다. 시마노의 경우 산악이나 로드바이크 모두 정비방법은 같다. 모델에 따라 리저버 탱크를 열어야 하거나 깔때기를 써야한다는 정도 차이 그리고 깔때기를 장착하는 위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아래 영상과 이전에 올린 오일보충 관련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자전거정비/브레이크] - 시마노 디스크 브레이크 깔때기 사용모델 오일보충법

 

 


최종결론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시스템 내부의 공기방울이 있는 경우 자전거를 뒤집거나 눕혀놓으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하게 문제가 될 확률은 낮다.
-라이딩 전 브레이크를 점검하고 대처하면 더더욱 큰문제가 안된다.


브레이크는 워낙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품인지라, 그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엄밀히 말해서 뒤집거나 눕혀놓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 하고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서두에 딱 하나만 선택하기가 어렵다고 미리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전거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원인과 예상되는 결과 그리고 그 대처법까지 알았으니 이해가 된 사람들은 편하게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를 즐기면 될일이다.


자전거 유지관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자.공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