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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공작소통신

늦봄의 제주3 거꾸로 돌아본 제주 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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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함께한 늦봄의 제주3 거꾸로 돌아보니 못보던 풍경까지.


가장 일찍 출발을 한 사람은 삼십대 자전거여행자였다. 그는 전날 식사를 하며 서귀포에서 한라산 등산로까지 자전거로 이동 후 백록담까지 등산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면 아침 일찍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은 해안도로를 따라 성산까지 간다 하였고 나는 일종의 패잔병 된 심정으로 다시 제주시로 방향을 잡았다.


제주를 여러해에 걸쳐 비교적 많이 자전거로 다녔지만 이렇게 거꾸로 돌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누가 물어와도 무조건 시계반대방향을 추천하였던 터라 거꾸로 자전거를 달리니 처음엔 영 이상한 느낌이었다. 한가지 소득이 있다면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 싶어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이름난 곳을 하나하나 둘러본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처음 찾은 곳은 송악산이었다.


제주를 자전거로 여행하다보면 시간이나 체력 때문에 쉽게 지나치기 쉬운 곳이 송악산이다. 산방산 근처라서 더욱 그렇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운동하러 나온 현지인 한둘 말고는 사람이 없었다. 



말이 산이지 이 역시 기생화산의 하나로 오름이라고 봐야한다. 가운데 커다란 분화구가 볼만하고 규모가 상당히 큰 오름이다. 정상에 서니 눈앞에 첫날 들렀던 가파도와 그 뒤로 마라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맑은 날 송악산에 오르면 크게 펼쳐진 바다가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를 지나는 여행자가 있다면 이곳은 한번쯤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도보로 한시간 삼십분 남짓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겠다.






자전거로 거꾸로 돌면 바닷가와 떨어진 지점에서 라이딩 하게 되므로 바다구경에 불리하다. 그러나 자전거도로가 제법 넓고 이렇게 바닷가를 끼고 도는 해안도로의 경우 자동차가 거의 없으므로 역주행이 가능하기도 하다.



오월로 넘어가는 계절의 제주는 청보리와 함께 마늘이 들판마다 한가득이다. 지나치다보면 고기 생각이 날 정도다. 콤콤한 향을 맡으며 마늘밭 사진을 찍고 있자니 문자가 날아왔다.


[중간에 펑크가 나서 한라산행은 중단되었습니다. 엉엉.]


새벽에 먼저 출발한 삼십대였다. 자전거로 성판악 휴게소까지 가서 백록담까지 등산을 하기로 한 그였다. 나는 아마도 실패할 거라 예상하며 성공하면 연락을 주라고 하였었다. 그랬는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나 보다. 펑크가 아니었더라도 쉽지는 않았을 일이다. 







지난 가을에 왔었으니 그래봐야 몇개월 상간인데 그 사이 새로 생긴 카페도 있고 펜션도 드문드문 보였다. 새 건물이 올라가는 곳도 적잖았고.


그야말로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온통 제주앓이 중인가보다.







제주 고산에 당도하니 다시 하늘이 우중충해졌다. 근처에 수월봉이 있는데 이곳 역시 이전에는 들르지 않았던 곳이다. 여러사람들이 추천하였던 곳이라 시간이 남는 김에 빼먹지 않고 둘러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다의 하늘은 살짝 파랗다가도 이내 먹구름이 몰려와 해안도로에 비를 뿌렸다. 겨우 말린 신발이며 패니어가 다시 젖어들기 시작했다. 페달을 미친듯이 밟아 신창초등학교까지 달렸다. 초등학교 맞은편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 있다. 비를 피하고 허기도 달래기 충분한 곳이다.


바깥에서 보면 건물자체가 낮고 허름해서 꺼려지는 사람도 있겠으나 내부는 대단히 정갈하고 음식 역시 그러하다. 갑작스럽게 다시 시작된 비에 쌍욕을 하다가도 이렇게 잘 차려진 음식을 한술 뜨니 언제 그랬냐는듯 마음이 누그러졌다.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빗줄기는 가늘어져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였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얼마 달리지 않으니 물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능과 협재해수욕장이 나왔다. 금능해수욕장은 협재만큼 아름다운데 유명세가 다소 떨어져 주로 제주도민이나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금능 지나 협재에 다다르니 역시 우중충한 날씨에 비바람이 다시 시작되었는데도 관광객이 많았다. 협재는 비 때문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한림항을 지나.



다시 해안도로에 접어들었다.




멀리 애월해안도로가 보였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길이고 자전거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치는 길이기도 하다. 거꾸로 도는데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오히려 낯설어보일 정도였다. 방향만 바뀌었는데도 이러니 신기하였다.





그러고보니 곽지과물 해수욕장도 이렇게 자세히는 처음이었다. 백사장의 규모가 대단하였다.






포세이돈의 얼굴이라는 애월 바닷가의 기암괴석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애월의 수평선을 느긋하게 구경하고 나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제주시로 접어드니 다시 하늘이 이 모양이다. 동네이름이 재밌어서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큰 구 릉 내. 허허허.


제주사람들은 일기예보를 반신반의 한다고 하였다. 바다 날씨라는 게 워낙 변화무쌍한데다가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와 서귀포가 같은 기상여건하에서도 다른 날씨를 보이는 것이 다반사여서 그렇다고 한다.


익히 알고는 있었으나 이번 만큼 제주의 날씨가 여행을 도와주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해서 조금 실망스러운 자전거여행이었다. 처음 생각했던 청보리는 충족되었으나 가시리의 꽃길과 남원의 고요한 마을 그리고 신록으로 덮혀있을 오름군락은 보지 못하였다.



계절은 이렇게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으니 올해는 글렀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그땐 꼼수를 부리지 않고 더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자전거에 오를 것이다. 풍경은 잃었으나 마음에는 여러가지 깨달은 바가 많아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자전거여행이었다. 눈 덮힌 제주를 기약하며. [자전거여행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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