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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공작소통신

제주자전거여행기5. 유혹하는 물빛, 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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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전거여행기-유혹하는 물빛, 협재


인구비율을 따져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소에 바다를 보고 살아가는 비중이 낮을 것이다. 허나 삼면이 바다인 국토의 특성상 마음 먹고 바다 한 번 구경하고자 하면 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흔하지 않은 듯 하면서도 흔한 것이 바다인데, 제주 하고도 협재의 바다빛깔을 보고 기뻐하지 않는 사람을 별로 못보았다.


무뚝뚝의 대명사 남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전거가 애월을 지나 한림항에 가까워지자 비양도가 먼저 인사했다. 구름이 많아 예년에 봤던 바다는 아니겠구나, 하였는데 제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니 기대를 걸어보았다.



한림에는 유독 갈매기가 많다.



한림은 제법 규모를 갖춘 항구이고 마침 잡은 고기를 그물에서 거두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부들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이제 어디를 가나 이런 형편이다.


시간은 열두시에 못미쳤지만 새벽부터 자전거를 타느라 허기를 느꼈다. 그리고 해안도로 위주의 일주를 이쯤에서 정리하고 이번 제주여행에 계획했던 코스로 접어들어야 했다. 그러자면 중산간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미리 식사를 하지 않으면 중간에 적당한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해안도로나 일주도로를 따라가면 그나마 편의점이나 분식집이라도 있지만, 중산간의 시골에서는 식사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른 점심을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한림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니 협재해변이 나왔다. 해변에서 비양도쪽 바다빛깔은 언제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날은 언제 그랬냐는듯 파란 하늘을 열어 바다빛깔을 더 곱게 만들어 주었다.


여기저기 셀카봉을 든 관광객들이 아름답다며 박수를 치고 야단이었다.







숱 빠진 빗자루 몽둥이 같다고 어느 교수는 보기 싫다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늘 보기에 좋아 사진에 담게되는 워싱턴 야자수를 끝으로 첫날 제주를 대표하는 바다 구경은 마무리 짓기로 하였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한 일주도로 위주의 자전거 라이딩은 네번정도 하였다. 해서 이 이후 산방산까지 이어지는 바다풍경은 나에게 익숙한 것이다. 지난 여행에서 만났던 자전거여행자들이 이 시점에서 오설록으로 라이딩을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해서 이번 여행에서는 나도 그들처럼 익숙한 바다보다는 제주 서부쪽의 중산간은 어떤 느낌인지 경험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한림에서 오설록 방면보다는 자전거여행자 입장에선 그대로 해안도로  따라 산방산까지 계속 라이딩 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다.


아래 사진은 지난 봄에 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나아가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월령풍력발전기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




차귀도와 와도





차귀도와 와도를 확인하게 되면 제주의 서부를 넘어가게 된다. 이 이후로는 바다의 풍경이 약간 삭막해지는데, 이렇다할 모래해변이 없고 바닷가는 주로 용암이 굳어 생성된 검은 암석으로 되어 있다. 물빛깔도 그래서인지 좀 어둡다.


어찌되었건 이날 나는 차귀도와 와도 그리고 모슬포 지나 산방산까지 이어지는 풍경을 포기하고 협재해변에서 오설록티뮤지엄 가는 안내판을 따라 제주 서부의 중산간으로 자전거의 방향을 꺾었다.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설명하기 어려운 지선을 타고 가는 터라 찾아가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오설록은 워낙 유명한 관광지여서 중간중간 안내판을 따라 가니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저지리 가는 길가의 억새. 마을이름이 저지리? 재밌는 이름이다.


은근한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중산간에 접어들면 여행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귤이다. 이 선명한 오렌지색이 없었더라면 라이딩이 참 심심하였을 터였다. 나무들이 무게를 주체 못해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리고는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보고 있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배가 불러오는 모습이다.





오설록의 첫인상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구나, 였다. 제주를 다녀보면 자연과 풍경, 음식과 사람이 좋은 경우가 많지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지, 특히 무슨무슨 박물관 무슨무슨 체험상품 등에서 좋은 인상을 받은 적이 크게 없다.


특히 요즘 인터넷상의 정보는 되도록 좋은게 좋은거다 식의 평이 많아 정보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 형편이다. 오설록도 나에게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은 곳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필자의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는 자전거이다. 몇가지 부품을 교체해서 오르막과 장거리 자전거여행에 적당하게 튜닝 되어 있는 터라 그렇다.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천천히 달리기도 했고 중간 중간 사진촬영도 많아서 지연되는 시간이 적잖았는데도 점심시간을 살짝 넘은 시점에 대략 오십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할 수 있었다.


자전거는 차에 비해 느린 듯하나 은근히 빠른 여행수단이다. 도보와 차량의 중간지점, 적당히 빠르기도 적당히 느리기도…… 그렇다, 이 적당하다라는 표현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는 더불어 여행하기에 참 좋은 친구이다.


잘 훈련된 자전거여행자의 경우 작심하고 내내 속도위주로 달리기만 한다면 하루에 백킬로미터도 좋고 백오십킬로미터도 어렵지 않다. 사실 이전의 자전거여행을 그렇게 다녔다. 문제는 이렇게 달리다보면 이게 체력단련이나 극기훈련을 나왔는지 자전거로 여행을 나왔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득 참 한심해지는 순간이 생기는 거였다.


해서 이번 여행은 되도록 세네시가 되면 자전거타기를 멈추기로 마음 먹고 출발하였던 터이다. 오설록에서 물을 한 잔 들이키며 지도를 펼친 다음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자, 이제 일찌감치 숙소를 정하고 라이딩을 멈추자! 였다.


숨어 있기 좋은 방에 찾아가 마치 그곳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처럼 동네를 어슬렁거려 보자, 하고 마음 먹었다. 그러기 좋은 곳은 박수기정이 아름다우며 크게 평화로운 곳 제주 하고도 대평리였다. 정처가 정해지자 마음이 바빴다./자전거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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