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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공작소통신

제주자전거여행기1.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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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어느 한 분야에 완벽한 박사급의 지식은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 한마디 먼저 꺼내면 나도 한자리 슬쩍 말을 섞어 보고픈 구석이 하나씩 생기는 법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제주이고 자전거여행일 것이다. 제주의 매력에 한 번 빠져들고 나서는 이른바 관광성수기를 살짝 비켜가는 날을 골라 봄, 가을에는 자전거로 제주를 찾게 되었다.


제주의 매력에 대해 미리 살짝 간을 보여주자면 아래와 같다.


천백도로의 가을


성산항에서 우도 가는 길


중산간 용눈이오름에서 다랑쉬오름 가는 길


관광지나 맛집을 추천해서 좋은 소리를 들을 확률은 크게 높지 않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탓이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제주를 찾았을 때는 입도의 목적이 일 때문이어서 그랬는지 일체의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한 번 찾고 두 번 찾고 세 번 찾고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전에 못보던 것도 눈에 들어오게 되어 이제는 철이 되면 안찾고는 못베기는 이른바 제주빠가 되고 만 것이다. 해서 지인들에게 자전거여행의 일번지로 제주를 추천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고 지난 가을에 제주를 찾았을 때의 그 감격적인 풍경이 눈앞에 삼삼하여 짐을 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몇 회가 될런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제주를 자전거로 다녔던 경험과 그곳에서 만났던 놀랍고도 아름다운 풍경에 관하려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도에서


짐.


짐을 쌌다. 제주행을 위해 짐을 여러번 꾸렸지만 이번 만큼 흥분된 적은 없었던 듯했다. 다 지난 가을 제주여행의 좋았던 경험 탓이다.


자전거여행에 있어 짐을 꾸릴 때는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의 목록을 적어본 다음 되도록이면 하나씩 덜어내는 것이 좋다. 꼭 필요할 것 같지만 막상 떠나보면 대부분 현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 투성이고 무거운 짐만큼 자전거여행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또한 없다. 필수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갑작스런 자전거 고장에 대처하기 위한 멀티툴, 체인오일, 펑크수리용 공구와 펌프 그리고 체온유지를 위한 바람막이 정도이다.


비상시 자전거정비와 관련한 짐은 별도로 하나의 봉지에 담아두는 것이 좋다. 마음은 급한데 가방을 풀어헤쳐 뒤지는 일이 없게끔.



아, 그리고 조금 용량이 큰 물통이 있으면 좋다.


딱히 자전거여행을 위한 짐싸기만이 아니겠지만, 가방을 꾸리다보면 가장 한심하게 생각되는 것이 각종 전자제품용 케이블을 챙길 때이다. 충전용 케이블이 참 종류도 많다. 인류문명의 진보를 위해서라도 규격을 통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을 나서 자전거에 올라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 문득 잡생각이 일었다. 아! 통장을 안전한 곳에 맡겨야 했는데, 공인인증서가 들어 있는 유에스비는 챙겨왔던가? 기타줄은 풀어두고 왔어야 했는데, 갑자기 귀가 가렵네…… 귀후비개를 들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스스로가 한심해서 피식, 웃었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고 일상의 일은 제주를 다녀온 뒤의 일이었다. 쓸모없는 잡생각은 제주 바깥에 모두 내버려두기로 하고 페달을 밟는 발에 더 힘을 주었다. 



늘 그랬듯이 제주는 자전거여행자를 위해 가을을 단단히 준비해 두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즐길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자전거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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