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자료실

105세의 사이클리스트 세계기록을 세우다.

반응형

105세의 사이클리스트 세계기록을 세우다.


지난주중에 자전거관련 웹진을 달군 소식이 있다. 백오세의 할아버지 라이더가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기사의 주인공은 프랑스인 전직 소방수 로베르 마샹(Robert Marchand)이다. 경기방식은 원 아우어(One-hour) 사이클링으로 한시간 동안 최대한 먼거리를 달리는 것이다.


그는 지난 주 수요일 파리 외곽의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신장 1.52미터 52킬로그램의 단신이자 노구를 이끌고 한시간에 22.528킬로미터를 달렸다. 마지막 바퀴를 돌고 라이딩을 마치자 그의 작은 몸은 환호하는 코치와 기자들에게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이 분야의 세계기록 보유자는 투루 드 프랑스(TDF) 우승자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영국의 Bradley wiggins이고 15년에 수립한 그의 기록은 54.526킬로미터이다. 위긴스는 프로선수로서의 선수생활을 근래에 은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록은 위긴스가 당연히 우위에 있지만 그가 백오세에 마샹옹처럼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너무도 먼 훗날의 일이어서 섯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허나 할아버지의 기록은 위긴스의 기록보다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의 비결을 평생 동안 해온 스포츠 활동과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생활을 꼽은 마샹 할아버지가 진지하게 자전거 안장에 오른 것은 그가 육십대였을 때다.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남긴 말은 자신의 라이벌을 기다리고 있다나.



컴퓨터 화면속의 마샹 할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부둣가 야적장에 자전거 기대놓고 쉬고 있는데 웬 할아버지 한분이 철커덕거리는 소리는 내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가왔다. 자전거의 움직임이 멈추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할아버지는 말했다.


- 여보시게 젊은이… 이 고물 자전거도 어째 고칠 수가 있으까? 함 봐주시게.


유사산악이나마 제법 깨끗한 상태의 자전거에 헬멧을 쓰고 있으니 당시엔 그 정도만 되어도 꽤 전문가로 봐주던 시절이었다. 할아버지의 시선에는 나의 그런 모습이 더욱 그럴싸하게 보였을 터였다. 정비입문 정도 수준이었지만 변속기 정도는 어깨너머로 익히고 있어서 선뜻 답했다.


- 잘은 모르지만… 어디가 잘안되는지요?


하고 말하니 곧장 반가운 얼굴로 안장에서 몸을 내리는데, 어떻게 된 것이 몸의 중심을 못잡으시고 자전거를 바닥에 떨구었다.


- 아이코 무릎이야. 무릎이 아파서 자전거 아니면 당췌 어딜 다니지 못하는데 이놈이 고장 나니 도저히 힘들어서…


할아버지는 야적장 컨테이너 바깥쪽을 가로막고 있는 철망에 몸을 의지한 채 하체를 떨어대었다. 나는 휴대용 공구를 안장가방에서 꺼내어 시멘트 바닥에 패대기 쳐져있는 할아버지의 늙은 자전거에 다가갔다. 상태는 너무 심각했다. 공구를 대볼 생각이 싹 가실 정도였다. 개복하고 보니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는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의사의 마음도 이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모든 부속의 부식이 너무 심해서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어르신이 타시는데 조금 편하게는 해드리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앞변속기를 잡고 있는 케이블을 제거해버리고 인위적으로 가장 작은 체인링으로 체인을 이동시켜 조금이나마 페달링이 덜 힘들게 하는 정도였다. 철조망을 부여잡고 겨우 서있던 할아버지 옆으로 자전거를 건네자 할아버지는 철조망 대신 자전거의 핸들과 안장으로 노구의 의지처를 옮겼다. 늙은 자전거는 할아버지의 또다른 신체, 몸의 연장선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늙은이와는 말도 잘 안섞으려 하는데 이 정도가 어디냐며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하였다. 할아버지는 예의 그 철그덕거리는 자전거를 느리게 타고 해가 떨어지는 방향 가파른 언덕받이 벌건 집들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멀어져 갔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몸이 아픈 곳이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자전거는 탈 수 있구나… 좋아하는 자전거와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자. 자전거 타기를 참 잘했다.


로베르 마샹, 자전거와 할아버지, 자전거와 함께할 앞으로의 나의 나날들이 모두 복되기를 기원해본다. 늦었지만 다들 해피 뉴 이어./자전거공작소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