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포스트(Seat post)가 고정이 안된다. 타다 보면 안장이 아래로 내려간 것이 느껴질 정도이다. 문제점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있는가?
자전거 입문 단계에서 자주 겪는 문제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게 되면 요즘은 간단한 피팅과정을 거치므로 매장 운영자나 경험 많은 직원이 시트포스트(안장봉)를 고정해주기 때문에 온라인 구매에 비해 문제를 겪을 빈도는 낮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안장을 고정하고 있는 시트포스트 클램프(Clamp)를 느슨하게 풀어야 하는 일이 있다. 부품의 교체와 같은 정비과정을 거치고 나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는 한다. 특히 카본 소재의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에 이런 증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먼저 시트포스트가 슬금슬금 내려가는 이유를 빈도순으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1.느슨한 체결.
2.카본소재 특유의 부품 표면의 미끄러운 성질.
3.정확하지 않은 사이즈의 시트포스트 사용.
4.공차가 조금 큰 경우.
5.윤활유로 인한 이상.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역시 시트포스트와 프레임을 동시에 붙잡아주는 부속인 시트포스트 클램프의 볼트나 레버를 느슨하게 조여줬을 때이다. 클램프는 고정하는 부분의 모양에 따라 볼트를 사용하는 클램프와 큐알레버(Quick release lever)를 사용하는 클램프로 나뉘는데, 큐알레버를 사용하는 경우에 체결하는 강도를 느슨하게 하면 이런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
입문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생소하므로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처음엔 사용자를 당황하게 만들기 쉽다. 큐알레버형의 클램프의 경우 몇번 풀었다 잠궜다를 반복하면 그 과정에서 체결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유는 레버반대편 강도를 높여주는 너트가 풀리기 때문이다.
이때는 레버를 완전히 젖혀준 다음 너트를 시계방향을 조금 돌려준 뒤 다시 레버를 안쪽으로 밀어본다. 힘을 받는 지점이 약 45도 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이 정도로 고정을 하였는데도 시트포스트가 내려간다면 약간 더 강도를 높힌 다음 고정해주어도 된다.
이렇게 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클램프를 볼트 방식으로 바꿔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다음 볼트로 고정하는 방식의 경우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시트클램프에 숫자가 음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Max 7Nm이라고 되어 있다. 시트클램프 볼트에 가해지는 힘이 최대 한계값이 7Nm이라는 의미다. 이런 표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본격 로드바이크나 산악자전거의 부품에는 이렇게 허용 토크값이 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부품의 소재와 규격에 따라 이 값이 조금씩 다르다.
프레임이나 시트포스트의 재질이 금속인 경우 이 한계치까지 조여주지 않아도 포스트가 내려가는 경우는 적다.
그러나 2번 이유에서와 같이 프레임과 시트포스트의 소재가 카본일 경우 이 값이 중요하다. 감각에 의지해 작업하면 시트포스트가 내려간다는 이유로 너무 과도하게 볼트를 잠글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프레임에 손상이 갈 수 있으므로 토크렌치를 사용해야 한다. 통상의 경우 카본소재 부품일 경우 토크값이 금속인 경우보다 작은 값이다.
토크렌치(Torque wrench)는 정해진 값만큼 미리 세팅해놓고 볼트를 잠그면 그 값에 다다랐을 때 작업자에게 딸칵하는 신호음을 보내게 되어 있는 공구이다. 제조사에서 허용하는 한계치를 넘어 무리하게 힘을 가하는 일을 막아준다.
biketool링크 토크렌치 사용법
일단 이렇게 정석으로 작업해보고 시트포스트가 내려가는지 테스트 라이딩을 실시해본다. 여담인데 수입사는 물론이고 일선의 프로 미캐닉들은 이렇게 해도 시트포스트가 고정이 되지 않는 사례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카본 소재의 프레임과 부품에서 그렇다. 소재의 표면이 미끄러운데다가 허용하는 토그값도 상대적으로 작아서 그렇다.
그래서 나온 것이 카본 그리스인데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그리스라고 부르기에는 적당치 않은 용품이다. 기존 자전거용 그리스가 부품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것이라면, 카본 그리스는 카본 소재 부품끼리 접촉하는 부분에 마찰력을 증가시켜 부품끼리 미끄러지는 일을 방지하는 용도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카본 그리스라고 부르니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었다.
다시 여담인데, 모 수입사에서 그해 신제품으로 공급된 풀카본 자전거에서 유저들의 불만이 많이 있었다. 이유는 제조사에서 제시한 토크값을 기준으로 작업해도 시트포스트가 고정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해서 수입사에서 내놓은 해결책이 시트포스트와 프레임이 만나는 지점에 카본 그리스를 도포하고 토크렌치로 최대치까지 클램프를 조여주라는 것이었다.
카본 소재 특유의 미끄러움이 낳은 촌극이다.
이렇게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시트포스트의 교체를 고려해봐야 한다. 알루미늄 합금 소재 중에 가볍고 미세하게 가로로 금을 그어놓은 시트포스트로의 교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카본소재의 부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확실한 해결책으로 선택하는 것이 시트포스트 더블 클램프(Double clamp)이다.
체결하는 볼트가 위아래 두개인데 위쪽이 시트포스트를 잡아주고 아래쪽은 프레임을 잡아주는 구조이다. 구조상 위쪽에 턱이 있으므로 한번 고정해두면 웬만해서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된다. 밑에서 소개할 시트포스트와 클램프 사이에 얇고 저항을 줄 수 있는 이물질을 삽입하는 방법보다 로드바이크 사용자들은 이 부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많다.
그 다음으로 3번 사이즈에 맞지 않은 시트포스트와 클램프를 사용했을 때이다.
시트포스트가 삽입되는 프레임의 시트튜브(Seat tube)사이즈에 따라 정해져 있는 시트포스트가 있고 당연히 그것을 조여주는 클램프에도 호환되는 부품이 따로 있다. 이전에는 한 세가지 사이즈 정도만 파악하고 있으면 부품선택에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히 로드바이크쪽 사이즈는 제조사별로 조금 특별한 사이즈가 추가되었다. 따라서 업그레이드용 부품을 구매할 때 사이즈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제조사나 수입사의 홈페이지상 사양표를 참고하거나 아니면 구매처에 문의를 거치는 것이 좋다. 가끔 호환용 부품이 시장에 풀리지 않은 경우도 있다.
biketool링크 시트클램프와 사이즈
조금이라도 크면 아예 장착이 안되니 크게 문제가 발생할 일이 적지만, 미세하게 작은 사이즈의 시트포스트는 일단 프레임 내부로 삽입은 되니 맞는 사이즈로 착각할 수 있다. 작은 사이즈의 시트포스트에 클램프로 힘이 가해지면 프레임의 시트튜브가 찢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과실로 워런티(Warranty)에서 제외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정확한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고정이 안될 때는 4번 공차가 조금 큰 경우이다. 주로 금속 소재의 프레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미세하지만 프레임쪽이 조금 넓게 반대로 시트포스트가 조금 얇게 가공되었을 경우 작은 틈이 발생해 고정이 안될 수가 있다.
이때는 맥주캔과 같이 얇은 금속을 띠 모양으로 잘라 시트포스트와 프레임이 만나는 지점에 둘러주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맥주캔은 얇아 주방가위로도 충분히 가공이 가능하다. 하얀색 프레임 시트튜브와 검은색 시트포스트가 만나는 안쪽 지점에 둘러준 다음 공간을 없애주는 식이다.
카본 소재의 자전거에도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이물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미끄럼 방지용 재료는 주변에 다양하게 널려있다. 어떤 사용자는 절연테이프를 잘라서 삽입한 다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양면테이프도 동원되고 심지어 사포를 잘라 부품 사이에 끼워 해결했다는 사연까지.
마지막으로 흔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령 시트포스트와 클램프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없애기 위해 윤활용 그리스를 도포하였다던가 카본 그리스를 착각하여 일반적인 윤활용 그리스를 사용하였을 경우 오히려 이것이 문제가 되어 시트포스트가 내려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깨끗하게 디그리서(Degreaser)로 닦아내고 다시 위에서 언급한 순서대로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시트포스트가 고정이 되지 않으면 피팅의 근본이 흐트러지게 된다.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평소 쓰던 안장높이가 아니라 시트포스트가 내려가 낮아지게 되면 쉽게 하체 근육이 피곤해지고 더 라이딩이 지속되면 무릎에 부상이 생기게 된다. 해서 시트포스트의 고정은 자전거에 있어 필수이다.
동시에 시트포스트 관련 정비를 하기 전에는 미리 평소 고정하던 지점을 종이테이프나 스티커 혹은 펜으로 표시해두는 것이 좋다.
자전거 유지관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자전거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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