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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자료실

현실화 되고 있는 로드바이크의 디스크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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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 되고 있는 로드바이크의 디스크 브레이크 (Cervelo R3 Disc).


로드바이크에 디스크 브레이크 적용이 예고된 이후로 가끔씩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눈여겨 보고 있다. 특히 UCI(Union Cycliste Internationale)가 협회에서 주관하는 일부 대회에 디스크 브레이크 로드바이크로 출전하는 것을 승인하면서 멀지 않아 로드바이크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UCI는 싸이클로 크로스(Cyclocross) 경기에서는 이미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 자전거의 경기참가를 허용해왔다. 그러나 로드경기의 성격이나 라이딩 코스는 그것과 상이하므로 올해 가을을 시작으로 테스트 삼아 허용한 다음, 실제 도로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확인한 후 개선을 거쳐 전면 도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목표시기는 2017년으로 하고 있다는 풍문이다.


비교적 근래에 UCI의 승인을 거치고 실제 대회에 참가가 가능한 제품을 서벨로에서 발표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디스크 브레이크와 관련한 구조를 중심으로 유심히 살펴보니 제작사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모델(Cervelo R3 Disc)은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는데, 좀 해묵은 듯하지만 로드바이크에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되었을 때의 장단점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자. 아래 장단점은 외국 언론에서 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을 취합한 것이다.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의 장점.
1.브레이크 파워가 강력하다.
2.브레이크의 미세조정이 용이하다.
3.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성능이 유지된다.
4.림의 수명이 연장된다.
5.좀 더 두꺼운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의 단점.
1.무게가 증가하게 된다.
2.자전거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3.기존 자전거와 호환이 어렵게 된다.
4.긴 내리막에서 오작동의 가능성이 있다.
5.문제 발생시 휠셋 교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도로 좀 거칠게 정리할 수 있다. 물론 각 항목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장점으로 꼽은 2번 미세조정이 용이하다는 부분은 기존의 산악자전거 이용자라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디스크와 림 브레이크 둘 다 운용하고 있는 경험에 따르면 디스크 브레이크의 장점으로 꼽을 만큼 림에 비해 압도적으로 용이하지는 않다. 사용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런저런 원인으로 인해 레버감이 나빠지거나 피스톤의 정렬이 흐트러지는 일이 많다.


아직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서 그렇겠지만 단점이라는 항목에서 소음 문제가 잘 거론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경량의 로드바이크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하는데 있어 기술적인 부분에서 가장 고심해야 하는 부분이 소음과 진동이라고 보았다.


장점으로 거론되는 강력한 브레이크 파워가 경량의 카본 소재 포크와 프레임을 만났을 때 과연 진동과 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의 힘은 산악자전거의 두꺼운 서스펜션 포크의 아치(Arch)를 부러뜨릴 정도로 강하다.



실제 라이딩을 해 본 선수(Berden De Vries)는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소음은 내리막과 우중 라이딩시 특히 심했다고 한다.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소음 말고는 다 좋았다고 하는 평을 선수는 내놓았다. 이런 장단점과 그에 대한 반론들은 어떤 입장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져서 나중에는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흐를 때가 많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문제 된다 안된다, 엇갈리는 평가를 내리기도 다반사이다.


처음 사진상의 신모델 서벨로 R3 디스크의 경우 눈에 띈 것은 작은 사이즈의 디스크 로터(Disk rotor)와 포크, 프레임에 바짝 붙게 설계된 브레이크 캘리퍼(Brake caliper)였다. 동시에 기존 방식과 확연히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포크와 허브가 결합되는 지점에 구멍을 뚫어 쓰루 액슬(Thru axle) 방식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모두 진동과 소음에 대비한 설계로 보인다. 쓰루 액슬 방식의 허브와 포크는 산악자전거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방식이다. 공기저항에 대비해 유압 호스를 포크 안쪽으로 넣은 부분은 살짝 애교스럽다. 미캐닉은 정비할 때 애먹겠지만.


덧붙여 유압의 강력한 힘은 스포크(Spoke)의 갯수와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을 사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힘이 림 양쪽에 가해지는 림 브레이크와는 달리 디스크는 휠셋의 한쪽에만 힘이 작용하므로 디스크 로터가 장착되어 있는 쪽의 스포크는 경량을 위해서 수를 줄이기가 어렵다. 내구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마노에서는 스포크의 패턴도 비틀림에 대비해 반대로 엮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스포크의 개수를 줄이는 대신 크기를 키우고 형태를 납작하게 할 수는 있으나, 이는 무게가 증가하게 되고 측면에서 부는 바람에 영향을 받게 되니 채택하기 쉽지 않다.


로드바이크 프로선수에게 자전거의 무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너도나도 속도를 내기에 바쁜 시합에서 브레이크 성능이 무게를 무시할 만큼 장점으로 작용하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거기에 한가지 더해서 디스크 로터가 측풍에 노출될 때 기록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하는 부정적인 지적도 있다.


제조사가 가만 있을 리 없다. 통풍실험에서는 정면에서 바람이 불 때는 차이가 없고 측면에서 불 때 40킬로미터 기준으로 8초 정도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가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실제 라이딩에서 지속적으로 측풍에 영향을 받을 상황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인데 어쨌건 제조사의 주장을 참고한다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다.



늘 그렇지만 새로운 방식의 적용에 있어 제조사나 공급사 쪽의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견해나 전망 그리고 장점 위주로 이야기할 때가 많다.


경험한 선수(Bernhard Eisel)는 레이스가 진행중인 펠로톤(peloton) 내부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자전거가 혼재해 있을 때 브레이크의 제동거리 차이에서 오는 사고 위험성과 사고차와 선수가 한꺼번에 뒤엉켰을 때 날카롭고 가열된 로터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이차부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허나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제조사의 관련자들은 다 쓰기 나름이라며 쿨한 답변을 하기도 한다.


옆길로 샜는데 다시 서벨로 R3으로 돌아가자. 로드바이크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하자면 두번째로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 허브와 프레임의 공간 확보 문제였다.


기존 로드바이크의 경우 허브의 폭이 130밀리미터가 주종을 이루었다. 스프라켓 카세트 코그(Sprocket cassette cog)의 수는 열한장으로 늘어나고 거기에 덧붙여 디스크 로터가 장착되어야 하니 사이즈의 변동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발표된 서벨로 R3 디스크는 135밀리미터로 폭이 늘어난 허브와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허브 규격의 변동은 스프라켓 코그의 위치변동을 가져왔고 동시에 체인라인(Chain line)의 변동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대로 사용할 경우 특정 기어비에서 체인이탈과 소음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체인 스테이(Chain stay) 길이를 늘여주면 된다.


문제는 레이싱 경기에 최적이라는 프레임 지오메트리(체인 스테이 길이 405밀리미터)를 완성차 제조사에서 버릴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서벨로는 이 문제를 5밀리미터 드라이브 사이드(Drive side) 쪽으로 치우친 커스텀 크랭크의 적용으로 해결하였다.


스페셜라이즈드 타막 디스크의 경우 체인라인 문제를 코그를 안쪽으로 넣을 수 있는 커스텀 휠셋과 특수제작된 변속기 행어로 극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초창기라 표준이랄만한 규격이 없는 상황이다.


짧은 체인 스테이에 브레이크 캘리퍼를 진동이 최소화되는 지점에 위치시키려다보니 시트 스테이(Seat stay)가 좌우 비대칭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아직 테스트 삼아 UCI에서 디스크 브레이크 로드바이크의 대회 참가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변수는 아직 있다. 그러나 비단 자전거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행의 흐름은 소비자의 판단과 결정보다는 제조사나 공급사의 마케팅 전략에 좌지우지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우여곡절을 거치겠지만 로드바이크에서도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 자전거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산악자전거가 이미 걸었던 길인데, 현재 산악자전거의 경우 국내에서는 완성차는 물론이고 림 브레이크용은 저가용 일부를 제외하고 부품마저 거의 단종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제조사들이 작심하고 흐름을 한방향으로 밀고 나가면 소비자의 선택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는 흔하다. 이 변화를 먼저 경험한 라이더들은 익히 보았을 것이다.


디스크와 림 두 대의 자전거가 있을 때 입문자의 열에 아홉은 디스크 쪽을 선택하던 풍경을 말이다. 더 이익을 내는 제품을 중심으로 집중해서 공급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원가의 상승만 야기하는 생산라인을 동시에 돌릴 이유는 없다. 고가 완성차에서부터 부품 공급를 줄여나가다가 단종으로 가는 것이다.


산악자전거 쪽은 로드바이크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이런 일을 더 많이 겪고 있다. 자전거 시장의 구조가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시작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올마운틴 풀서스펜션 자전거로 도로를 달려야 하는 풍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줄이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현명한 소비자라면 너무 일찍 구매를 결정하지 말고 제품의 표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겠다./자전거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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