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Road bike)용 디스크브레이크(Disc brake)
외국의 모 자전거 웹사이트에서 한 해(2013년)에 걸쳐 자전거와 관련한 최고의 기술 혁신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냐는 투표를 한 적이 있다. 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기술이 [유압 로드바이크 디스크 브레이크]였다.
산악자전거의 경우 근래에 공급되는 제품에는 거의 대부분 디스크브레이크가 기본으로 장착되는 추세다. 적절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따져볼 수도 없이 제조사에서 림브레이크 용은 공급을 줄이고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줄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서스펜션 포크와 프레임 마저 디스크브레이크 전용의 비중이 높아지다보니 전통적인 림브레이크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싶은 유저에게는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산악자전거의 전유물로만 취급되던 디스크브레이크가 그 이외 장르의 자전거에 적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싸이클로크로스 자전거에는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가 주로 장착되곤 했다. 기존 로드바이크의 지오메트리에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는 싸이클로크로스이다보니 더 강한 제동력이 필요했다. 해서 적은 비중이지만 디스크브레이크가 필요에 따라 적용되었던 것이다.
Avid BB7 Road SL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는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기존 림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레버를 잡으면 연결된 케이블이 브레이크 캘리퍼의 피스톤을 안쪽으로 좁혀들어가게 만들어 제동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Hydraulic disc brake)와 작동하는 원리가 다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포크와 프레임에 브레이크 캘리퍼를 장착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Mount)가 있어야 하고 허브 역시 브레이크 로터(Rotor)를 장착할 수 있는 허브가 필요하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적용이 미뤄진 데에는 기계식일 경우 기존 레버에 별도의 장치나 고안이 없이 브레이크 케이블만 연결하면 간단하지만, 유압의 경우 레버와 케이블 내부 그리고 캘리퍼에도 오일이 차 있어야 하므로 특히 레버쪽에 별도의 공간, 구조나 장치 등 간단치 않은 문제가 있어서였다.
또 다른 이유는 로드바이크에 유압 디스크브레이크가 과연 절실히 필요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기존 림브레이크 사용자들이 많이 지적하는 림브레이크의 단점은 아래와 같다.
- 제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 긴 내리막에서 오래 브레이크를 잡다보면 손목관절 부분에 무리가 간다.
- 오래 브레이크를 잡다보면 림 측면의 발열로 인해 타이어의 이탈로 인한 부상 위험이 있다.
- 눈,비,기타 악천후나 노면의 이물질이 브레이크를 오염시켰을 때 제동력의 저하가 있다.
산악자전거 디스크브레이크 사용자들은 디스크브레이크의 단점을 아래와 같이 제기한다.
- 상대적으로 무게가 많이 나간다.
- 소음이나 기타 세팅이 번거롭고 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림브레이크의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인데 필자는 여전히 로드바이크에 유압이 과연 절실히 필요한 장비인가? 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전거를 타왔다. 특히 제동력 부분인데, 필자의 경우 림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얼마전 라이딩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로드바이크와 충돌을 할 뻔한 경험을 한 다음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물론 필자의 자전거는 림브레이크라도 칼같이 제동이 되었고 측면 내리막에서 튀어나오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은 상당히 고가의 로드바이크는 멈추지 못하고 질질 밀리더니 라이더는 클릿을 못뺀 상태에서 철망을 손으로 잡으며 멈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부상도 있는 듯해 필자의 잘못은 없지만 미안한 마음에 브레이크 성능을 체크해주었다. 그런데 브레이크 세팅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가격에 비해 제동력이 좀 실망스러웠는데, 카본소재나 패드와 만나는 림 측면이 세라믹으로 코팅이 되어 있는 고가휠셋의 제동력이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 제동력이라면 로드바이크 유저들, 특히 고가의 휠셋을 사용하는 라이더들은 유압 디스크브레이크가 절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악자전거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손가락 한두개의 힘으로도 강력하게 브레이킹이 되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어쨌거나 시마노 스람 등 메이저 자전거 부품회사를 필두로 텍트로에서도 로드용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출시하였고 가장 대응이 늦었던 캄파놀로에서도 이 시장에 뛰어들기를 결정하였다.
시마노 BR-R785
미리 언급한 바와 같이 포크와 프레임, 그리고 허브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므로 완성차 제조사의 사정도 있고 해서 아직 넓게 확산되어 있지는 않다.
디스크브레이크는 산악자전거에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브레이크 각 부품에서 발생한 열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줄이고 분산하느냐가 기술의 관건이다. 그만큼 발생한 열이 제동력과 소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시마노에서는 방열판과 로터의 구조에 특별한 설계를 통해서 이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름하여 아이스 테크놀로지.
브레이크 패드 방열판 | 디스크 로터 단면 |
패드와 금속의 로터가 마찰하면서 높은 열을 내게 되는데 이를 빠르게 식히기 위해 방열판이 고안되었다. 자전거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바람이 방열판의 홈을 지나가게 되면서 열을 배출하는 형태다. 디스크 로터도 구조를 통해 열을 식히기도 하고 로터의 가운데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마찰면의 스테인레스 스틸에서 발생한 열이 빠르게 가운데 알루미늄 소재로 전도되게 한 다음 열을 방출하는 원리다.
즉, 패드와 마찰되는 지점이 열에 의해 변형되는 것을 최소화하여 제동력의 감소와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다. 늘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제조사의 노력을 옅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는 산악자전거에서는 이미 적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스람의 경우 얼마전 로드용 디스크브레이크(레드22, S-700)부품의 전량 리콜이 있었다. 추운 날씨에 브레이크가 정상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되어서이다.
산악자전거에 있어서는 강력한 제동력으로 유명한 스람의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인데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경험이 없는 유저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시마노 역시 추운 겨울에는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을 산악자전거 유저들 사이에서는 적잖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 하겠다.
로드바이크에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적용이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신세계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선 미캐닉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자전거 관련 수리가 산악자전거의 경우 변속기 다음으로 디스크브레이크 세팅과 관련한 부분이니...
아래 동영상은 시마노 브레이크의 테스트 영상이다. 소음에 귀를 기울여 볼 것. 그리고 일체형 레버의 후드 부분이 유압 브레이크의 경우 부피가 커졌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스람 레드22
텍트로의 HY/RD는 두 회사의 제품에 비해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오일을 품고 있는 리저버 탱크와 레버역할을 하는 부속을 캘리퍼와 함께 위치시켜 케이블이 당겨지면 마스터 실린더 내부의 부속을 작동시켜 제동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유관이 필요 없어서 기존 브레이크 레버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두 브레이크의 경우 시마노의 경우 Di2 스람은 레드22라는 그룹셋에 포함하여 공급되므로 호환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로드바이크에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적용이 아직까지는 일반화되지 않았다. 이유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자전거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니 부품 제조사는 물론이고 여타 제조사의 협조가 필요하기도 하고 아직은 고가의 부품만 공급되는 형편이어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어서이기도 하다.
덧붙여 무엇보다도 제조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막고 있는 요인은 UCI(Union Cycliste Internationale)에서 이 새로운 부품이 자신들이 주관하는 주요 국제대회에 사용되는 것을 승인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UCI에서는 로드바이크 대회의 라이딩 특성상 무리지어 경쟁하는 펠로톤(Peloton) 내부에서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장비와 그렇지 않은 장비 사이에서 제동거리의 차이로 인한 사고발생과 그 이후 이차부상의 심각함을 이유로 승인을 주저하고 있다.
필자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보수적인 유럽 위주 로드바이크 연맹의 분위기 탓도 있겠고.
제조사나 업계 관련한 미캐닉들은 로드바이크에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적용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기도 하고 장점만을 부곽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자전거에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한 전기,전자나 너무 과도한 기술의 도입을 크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편한 것을 찾을 거면 오토바이나 차를 타지 뭐하러 자전거를.
개인의 선호도와 관계없이 이 장비는 머지 않은 미래에 로드바이크에서도 주류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와 그렇지 않은 자전거 두 개를 놓아두고 입문자에게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디스크쪽을 선택하던 풍경을 익히 보았기 때문이다. 감성은 종종 이성을 지배한다. /공작소 [사진출처: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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